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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챗GPT가 쏘아올린 공' 그 격렬한 종횡적 포물선의 끝은 어디인가
작성일자 2023-03-16

'챗GPT가 쏘아올린 공' 그 격렬한 종횡적 포물선의 끝은 어디인가


[특별 기고] 박은지 ㈜케이비즈앤코퍼레이션 최고인문학책임자

왜소한 자로 치환된 못 가진 자, 거인으로 치환된 가진 자 사이의 대립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국형 산업 시대의 역설적 부조리를 표현했던 한 소설이 있었다. 왜소한 자가 제기한 현실은 당시 시대상의 병리와 허구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며 100쇄 이상이 인쇄되는 히트를 기록했다.

  이 책은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공, 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만들어낸 엄청난 파동과 파장을 다뤘다. 2023년,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공이 MS의 메가 히트작에 의해 쏘아올려졌고, 그 영향력은 가히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인쇄술 발명 이후 최대 언어 혁명’으로 평가받는 초거대 언어 인공지능(AI) 챗GPT 이야기다.

챗GPT가 쏘아올린 공은 ‘리포트를 쓸 때 인공지능을 활용해도 되는가, 미래의 코딩 교육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등 피부에 와닿는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에서부터, ‘인공지능을 저작의 주체로 인정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이 도태시킬 인간의 미래는 무엇인가’ 등 결코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다양한 논쟁들의 면면이라 할 수 있다.

챗GPT의 등장으로, 일부 대중들은 SF 영화에서 흔히 보았던,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예고편쯤으로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반대로 일부 대중들은 기본적인 팩트조차 틀리거나,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대답만을 나열하는 챗GPT의 오류 또는 한계들로 인해 실소를 금치 못했을 수도 있다. 챗GPT 덕분에 생겨난 극단적인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기술 트렌드에 대한 반응 내지는 감각에 대한 체득이 비교적 빠른 한국은 이제 인간과 인공지능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 대해 ‘왜, 무엇을, 어떻게(why, what & how) 논해야 하는가’를 본격 논해야 하는 때를 맞이하였다. 예컨대 일부 대학에서는 챗GPT의 무분별한 사용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보수적 입장을 유지하는 한편, 일부 대학에서는 챗GPT를 사용하지 않으면 감점 요인을 적용시키겠다는 희대의 역설이 동시적으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사고와 선택이 공존해 온 한국의 발전 역사는 물론, 새로운 통찰과 패러다임, 기술의 적용을 앞 다퉈 도전해온 인류의 발자취를 속기해봤을 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역설이야말로 인공지능과 공생할 수 있는 미래 인간의 삶에 대한 철학과 의견의 교환이자, 행동 실천 대한 준비, 그리고 추적 관찰과 결과 수렴의 장(張)이 절실한 이유 그 자체이다.  

최근 정부, 산업계, 학계를 중심으로 이러한 논의의 장 형성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초, 정부는 1%대에 불과한 국내 인공지능 활용 기업 수 비중을 2030년까지 30%로 늘리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공지능 기술 공급 기업을 100개 이상 육성할 것을 발표하였다.

이런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분야 민관 전문가들과 함께 제1차 산업 디지털 전환 위원회를 열고 위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산업 AI 내재화 전략’을 심의·확정하였다. 더불어 디지털 전환 및 인공지능 기술 내재화가 필요한 기업의 핵심 설비와 공정에 인공지능 솔루션을 적용하는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 프로젝트 추진 또한 천명하였다.

때마침 이러한 시국에 등장한 챗GPT가 모든 이들을 위한 개인 비서로 떠오르게 되었으니 바야흐로, 인공지능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인공지능 관련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산·관·학이 협력해 이루어야 할 중요한 선행적 작업들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예컨대 인공지능의 평가지표를 다자간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데이터 표준화를 실시해야 하며, 현재 진행형인 인공지능 평가지표에 대한 산업 적용 사례의 공유와 홍보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

인공지능의 기술 개발 및 활용에 대한 윤리 측면에서의 법제적·인문학적 고찰 역시 필수적이다. 단적으로 말해, 인류는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하이브리드 존(hybrid zone)’에서의 새로운 테라포밍(Terraforming, 지구가 아닌 다른 외계의 천체 환경을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메타버스 개념이 부상하며 디지털 테라포밍Digital Terraforming 용어가 등장함)을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메타버스·로봇 등 첨단 테크놀로지가 반영된 ‘기술 트렌드’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인간의 가치 탐구 및 그에 관한 결과의 총체를 규명하는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된 학제 간 연구 및 산·관·학 협력 사업이 공공과 민관 거버넌스 측면 모두에서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가 발표한 ‘욕구위계에 입각한 첨단 기술 기반 메타버스 운용 패러다임 연구’에서도 언급하였듯, 인간의 욕구는 결핍·충족·동기화의 프로세스를 통해 기술의 발전과 궤를 함께 하며 문명의 진보를 이끌어내었다. 이와 관련하여 기술철학자 미참(Mitcham)은 기술을 대상이자 과정으로서의 외적인(external) 기술과 지식이자 의지로서의 내적인(internal) 것으로 구분, 기술에는 세상을 특정한 방식으로 변형하고자 하는 의지가 내재되어 있음을 주장하였다.

미참의 주장에 이어 ‘현상(phenomenon)’ 개념을 첨언한 베리(Berry)는 기술이 단순히 새로운 사물이나 기능을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보다 체계화된 지식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인간의 행동과 의지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사회 현상을 야기함을 강조하였다. 그야말로 ‘인간은 기술을 만들고, 기술은 인간을 만드는’ 셈인 것이다.

다시, 공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대상이자, 욕구를 실현시키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인공지능도 예외는 아니다. 1960~70년대 혹독한 빙하기를 맞이한 이후, 인공지능은 일정 주기를 두고 이러한 과정과 역사를 반복해왔으며, 최근 일련의 흥행들을 계기로 인류에게 미래지향적이고도 전 지구적인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과 인공지능’, 더 나아가 ‘인류와 첨단 테크놀로지’라는 두 존재의 ‘대립 혹은 협력’또는 ‘경쟁 혹은 상생’으로, 훗날 챗GPT는 이러한 논의를 쏘아올린 시발점으로 기억되게 될 것이다.

챗GPT를 어떠한 방법으로 더욱 발전시킬 것인지, 어떠한 산업에서 어떻게 활용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후속 논의가 뜨겁다. 네이버는 챗GPT보다 한국어를 6,500배 더 학습시킨 초대규모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X를 올 해 7월 중에 발표할 것이라 밝혔다.

추후 이와 같은 초거대 AI 언어 생성 모델의 발전은 거듭될 것이며, 관련된 비즈니스 수익 구조 또한 세밀하게 구축되어 갈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따라 없어지거나 새로 생겨나게 될 직업 리스트가 속속 업데이트되며 누군가에게는 절망을,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조차 ‘인공지능의 발전 모델이 인간의 뇌여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개발의 근본적인 모티브가 신비로운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인간의 뇌가 착시 혹은 착오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사실은 이러한 논쟁이 촉발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이 첨예해질수록, 인간과 인공지능은 서로 협업과 경쟁을 이어나가게 될 것이다. 더욱이 첨단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반대급부처럼 인류는 진보된 세상 속에서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신과 공동체를 더욱 갈망하게 될 것이다.

2023년, 챗GPT가 쏘아올린 공이 그리는 이 격렬한 종횡(縱橫)적 포물선의 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우리는, 인류는 다 같이 해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 필자 박은지는 (주)형설EMJ 최고비전책임자도 겸직하고 있으며, 한국인공지능협회 전문위원으로 자문과 기고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출처 : 하이테크정보(http://www.hitech.co.kr) 안재석 기자 jsahn@hitech.co.kr
 

 


 





 

  
박은지 
- 서울예술대학교 조교수
- 이화여자대학교 특임교수·교학실장
- (주)카임코리아 대표
- 홍익대학교 박사
- UCLA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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